[시론] 월성원전 재가동 공청회, 시내권 시민은 왜?지난 8일 열린 월성 2·3·4호기 계속운전 관련 주민공청회는 겉보기에는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열린 장”이었다. 그러나 정작 원전으로부터 생활권상 가까운 경주 시내권 주민들은 이 자리에 앉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법적으로 해당 지역 주민이 아니기 때문’이다.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우리는 원전에서 직선거리로 20~30km 이내에 거주하며, 실제로 경보 사이렌 소리에 놀라 문을 여는 이들이다. 방사선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진입로부터 막히고, 교통 마비와 식수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이들이다. 그런데 이들에게 공청회 참여 자격이 없다고 선을 긋는 현실은, 시민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차별이자 기만이다.실제로 이날 문무대왕면에서 열린 공청회는 경주시 전체를 대표하지 못했다. 경주시내 주요 행정 중심지이자 인구 밀집 지역인 동천동, 용강동, 성건동, 황성동 등은 빠졌다. 이는 단순한 행정 구역상의 문제로 볼 수 없다. 공청회가 단지 ‘절차적 요건’을 갖추는 데 급급했다는 방증이며, 그 결과로 경주시 행정은 시내권 시민을 철저히 소외시켰다.공청회 중 한 시민단체 관계자가 질문하려 하자 “해당 지역 주민이 아니라서 안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주민 생명과 안전에 대한 질문조차 ‘자격’으로 제한되는 것이 오늘날 한국 원전 공청회의 실상이다. 묻고 싶다. 과연 이 공청회가 누구를 위한 자리였는가.이 문제의 뿌리는 경주시가 방사선비상계획구역 확대를 끝내 반대한 데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015년 비상계획구역을 최대 30km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기준을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경주시는 ‘방재 훈련 비효율성’과 ‘관광 이미지 훼손’을 이유로 시내권 제외를 고수했다. 시민 안전보다 행정 편의와 도시 이미지를 우선한 결정이다. 부산시가 고리원전 주변 지역에 대해 30km 확대를 관철시키며 주민 보호 조치를 시행한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시내권 시민은 묻는다. 원전에서 30km 이내에 살고 있지만, 왜 보호받을 권리에서 제외되는가? 방재 훈련도 없고, 물품도 없다. 정보 접근도 어렵고, 공청회 발언권도 없다. 이는 명백히 안전과 생명에 대한 불평등이다.공청회는 단지 법적 요건을 채우는 의례가 되어선 안 된다. 원전과 함께 살아가는 주민의 목소리를 진정으로 반영하려면, 참여 대상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경주시내 전체로 확대 지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시민이 정책의 객체가 아니라 주체가 될 수 있다.경주시 행정은 시내권 시민의 ‘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수십 년간 원전의 그림자 아래 살아온 시민들이 더는 들러리가 되지 않도록, 이제는 보호의 울타리를 실질적으로 넓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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