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관리하는 공영주차장 다수에 전기차 충전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2022년 1월 시행된 ‘친환경자동차법’에 따라 공공시설에 의무적으로 설치돼야 하는 충전시설을 1년 이내(2023년 1월 27일까지) 갖추지 않았다는 점에서 명백한 법령 위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행정조치가 미흡하거나 아예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심각한 문제다.   충전시설이 없는 대표적인 경주 공영주차장은 성동시장, 대릉원주차장, 황남공영주차장 등으로, 시민들이 많이 찾는 주요 공간임에도 기본적인 충전 인프라가 부재하다. 특히 이행강제금을 부과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단속 주체인 경주시 환경정책과와 시설을 관리하는 경제정책과 및 왕경조성과 간의 행정적 책임 소재가 분산돼 있어, 마치 ‘경주시가 경주시를 단속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관련 업무 담당자가 해당 법령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친환경자동차법은 아파트, 공공기관, 관광·숙박시설 등 일정 규모 이상의 공중이용시설에도 충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경주시는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이나 50면 이상의 주차장을 가진 공공시설에 대한 현황조사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실질적으로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피해를 보는 형국이다.   정부는 2023년 기준 충전시설 미설치 시 최대 3천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법을 강화했으며, 기준에 미달한 경우에도 설치비용의 20%를 과태료로 징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적 근거에도 불구하고 행정기관이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과연 일반 시민이나 민간시설에 법을 공정하게 적용할 수 있을지 신뢰를 얻기 어렵다.   경주시는 즉시 관내 공영주차장 및 의무대상 시설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관련 부서 간 협업체계를 명확히 하여 이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전기차는 선택이 아닌 시대적 흐름이며, 충전 인프라는 그 기반이다. 시민에게만 엄격한 법 집행을 강요하는 이중 잣대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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