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고준위특별법은 제동, 사업은 밀고… 월성원전 계속운전의 기묘한 동행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고준위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에 제도권으로 넘었지만 법안 세부 내용은 월성 2·3·4호기의 계속운전에 명확한 제동을 걸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수력원자력 월성본부는 예정대로 관련 절차를 밀어붙이고 있다. 법과 현실의 불일치, 그리고 앞뒤 맞지 않는 추진 논리는 결국 국민의 불신만 키운다는 지적이 제기 되고 있다.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용량을 설계수명 중 발생량으로 한정하고 있어 계속운전을 위한 가장 큰 걸림돌은 다름 아닌 `맥스터`라는 건식 저장시설이다. 월성 2·3·4호기의 사용후핵연료는 이 시설에 보관되는데, 현재 용량 추산으로는 2037년에 포화에 도달한다. 문제는 특별법이 부지 내 저장시설을 `설계수명 내 발생량`에 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추가 저장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 계속운전은 원천적으로 봉쇄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그럼에도 월성본부는 여전히 “10년 단위의 계속운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히며 공청회를 거치고 있다. 이쯤 되면 묻고 싶다. 도대체 어떤 법률을 근거로 이러한 계획이 가능한가? 현실은 특별법 시행령조차 마련되지 않아 법적 기반이 불분명한데, 사업계획은 마치 확정된 것처럼 추진된다. 이처럼 법적 근거 없는 행정이 지속될 경우, 정책 신뢰도는 바닥까지 떨어질 수밖에 없다.‘법은 법이고, 절차는 절차’라는 식의 접근은 국민 눈높이에서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물론 행정적으로 사전 준비를 해두겠다는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단순한 준비 수준을 넘어선, 사실상 계속운전을 전제로 한 강행에 가깝다. 법률상 허용되지 않은 사업을 전제로 하는 행정절차가 과연 얼마나 유효한가.또한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 역시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공청회 역시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보다는 형식적 절차를 이행하는 데 급급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10년 계속운전을 한다”는 답변을 들은 주민들이, 과연 고준위 폐기물의 위험과 맥스터 포화 현실을 제대로 이해한 상태였는지 되묻고 싶다.정부와 한수원은 지속 가능한 원전 운영을 위해서는 국민적 신뢰 확보가 우선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법률과 현실의 간극을 무시한 채 사업을 추진하면, 그 결과는 또 다른 사회적 갈등과 행정적 낭비로 되돌아올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리한 추진이 아니라, 법과 정책 사이의 논리적 일관성과 국민 신뢰 회복이다.지금처럼 ‘막히는 길을 뚫지 않고 그대로 달리는’ 식의 정책 추진은 결국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월성 2·3·4호기의 계속운전은 단지 한 원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법치와 행정 신뢰라는 기본을 지켜가는지에 대한 시험대이기도 하다. 일관성 없는 법 해석과 그 위에 쌓인 불완전한 계획은 어떤 정당성도 갖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방향을 점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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