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황룡사지 인근에 조성한 대형 임시주차장에 수억원을 들여 설치한 무인 주차 정산 시스템이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채 7년 가까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예산이 낭비됐다는 지적과 함께, 이에 대한 철저한 감사와 관련자 징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시주차장 주차 관제 시스템은 지난 2018년 7월 ‘황룡사 역사문화관 임시주차장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해당 사업은 경주의 대표 문화유산인 황룡사지 일원의 관람 환경을 개선하고, 인근 관광지의 주차난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 총 24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으며, 이 중 약 70%는 국비로 충당됐다.   문제는 주차장 내에 설치된 무인 주차 정산기 3대, 차량 인식기 2대, 주차비 사전정산 부스 등이 단 한 번도 가동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 기기의 도입비용만 해도 수억원이며, 전력·통신설비 등을 포함하면 전체 시스템 구축에 들어간 비용은 약 1억4천여만원에 이른다.   특히 이 주차장은 애초에 무료 운영을 전제로 조성된 임시주차장임에도 불구하고, 주차요금 징수를 위한 무인정산기를 설치한 것 자체가 정책 기획 단계에서의 심각한 오류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주시가 불필요한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아무런 활용 계획이나 사후 관리 없이 방치해온 셈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황룡사지의 역사문화관과 주차장 조성은 동궁과 월지 인근 주차 수요 대응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하지만, 무인정산기의 방치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무용지물로 전락한 무인정산기 도입 당시부터 ‘실효성 의문’ 무인정산기 시스템은 2016년 주차장 조성과 함께 도입됐다. 당시 경주시는 사적지의 효율적 관리를 목표로 하며, 관람객 편의를 높이기 위해 주차장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설치 이후, 해당 시스템은 단 한 번도 가동되지 않았고, 현재는 대부분 고장 상태이거나 먼지만 쌓여 있는 상황이다.   무인정산기 1대의 단가는 약 2,000만원, 차량 인식기는 1,500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주차비 부스와 네트워크, 통신설비, 전력설비 등을 포함하면 예산 소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정작 설치 이후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해당 장비가 왜 도입됐으며, 이후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었는지조차 명확하게 설명된 바가 없다는 점이다. 시의회나 시민단체의 감시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혈세만 축낸 실패 사업`이 되어버렸다. 감독도, 징계도 없었다 무책임한 행정에 분노하는 시민들 수억원의 예산이 사실상 땅에 묻힌 상황에도 불구하고, 당시 사업을 책임졌던 공무원에 대한 징계나 감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경주시의 관리·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뒤따르는 이유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누가 책임을 졌는가?”, “세금으로 놀이하듯 사업을 한 셈”이라는 격한 반응도 나오고 있다. 경주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세금 낭비 사례가 반복되는 이유는 행정의 책임성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라며 “즉각적인 감사 착수와 책임자 징계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주시는 황룡사지 임시 주차장을 향후 유료 운영으로 전환할 계획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무료 운영을 전제로 설계된 임시주차장에 요금정산기를 도입한 것 자체가 행정적 실책’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총체적 난국된 황룡사지 정비사업 `잘못된 계획이 낳은 예산 낭비` 황룡사지 정비사업은 단순한 관광 기반시설 확장 사업이 아니라, 사적지 보호와 문화유산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던 사업이다. 그러나 이번 주차장 무인정산기 방치 사태는 기획 초기의 부실한 계획과 사후 관리 부재, 무책임한 예산 집행이라는 총체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시주차장이라면 기계 설치가 아닌 단기적 운영 효율성을 고려했어야 한다"며 "애초에 임시시설로 운영할 공간에 고가의 시스템을 도입한 점은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경주시가 황룡사지와 동궁과 월지를 연결하는 관문 역할로 이 일대를 개발하려 했던 의도는 이해할 수 있으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추진한 책임은 면하기 어렵다. 이젠 예산의 책임성과 행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과 함께, 책임자에 대한 철저한 징계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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