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국가위기 시대, 경주의 생존전략은 무엇이어야 하는가?경주는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도시이다. 신라의 천년 수도이자 세계문화유산 도시로서 경주는 전통과 현대, 관광과 산업의 접점을 상징적으로 품은 곳이다. 그러나 국제적 영예와는 달리, 국내 정치 상황은 불안정하고 외부 안보와 경제 불확실성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APEC이라는 아주 특수한 상황과 국가적 위기 상황 속에서 경주는 어떤 전략으로 생존하고, 또 도약해야 할까.경주는 전통적으로 문화유산과 관광산업에 기반한 도시다.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문화재는 도시 정체성의 중심에 있다. 관광객 유치는 도시경제의 핵심 동력이며, APEC 유치를 통해 글로벌 관광도시로 도약할 기회를 확보했다. 하지만 문화관광은 내수시장 위축과 외부 변수에 따라 쉽게 영향을 받는 취약한 구조다. 지진과 코로나19 당시 관광객 수요가 증발하며 지역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경험은 아직 생생하다.또 하나의 정체성은 ‘원전도시’이다. 경주는 월성원자력본부를 비롯해 국내 핵심 에너지 인프라가 밀집한 지역이다. 그러나 이 역시 양날의 검이다. 원전은 국가 에너지안보에 기여하지만, 원전안전에 대한 시민 불안과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 이는 단순히 경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이 앞으로 풀어야 할 에너지 정책의 본질적 과제이기도 하다.이러한 다층적 정체성 위에, 국가위기라는 구조적 도전이 겹쳐진 지금, 경주가 선택해야 할 생존전략은 ‘복합적 위기 대응도시’로의 전환이다. 단순한 관광도시, 원전도시를 넘어 ‘국가적 위기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지역 거점도시’로서의 체질 개선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첫째, 문화관광산업의 위기 대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스마트 관광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관광객 유입을 일회성 소비에서 체류형·체험형 구조로 전환하고, 문화기술(CT) 기반 콘텐츠 산업을 활성화하여 관광의 디지털 전환을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둘째, 원전 중심의 에너지도시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단순한 원전 수용지역을 넘어, 에너지 전환과 방재기술 중심의 산업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세계적 관심사인 SMR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원전의 안정성과 폐기물 처리 문제를 해결할 기술혁신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자임하며, 관련 연구기관과 산업을 유치할 수 있는 기반 조성이 필수다. 이는 경주의 에너지산업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전국적인 에너지 정책의 실험무대로서 위상을 확보하는 길이기도 하다.셋째, 경주는 ‘역사문화 기반의 국가재난 대응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한반도 남동권은 자연재해, 사회불안, 전력수급 위기 등 복합 위기에 노출돼 있다. 경주는 교통과 인프라, 지리적 중심성을 고려할 때, 국가 위기 시 신속 대응이 가능한 지리적 장점을 가진 도시다. 위기관리 R&D센터, 국가재난교육시설, 공공안전클러스터 등 공공 기능을 강화하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잇는 복합행정 거점으로서 성장 해나가며 문화특별도시 지정을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결국 경주의 생존전략은 ‘정체성의 다층화’에 있다. 과거의 자산만으로 미래를 담보할 수 없고, 현재의 역할만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도 없다. 문화와 관광, 에너지와 기술, 그리고 위기관리라는 키워드를 종합하는 전략적 도시 재구성이 필요하다. 2025년 APEC은 단순한 국제회의가 아니다. 경주가 과거의 영광을 넘어, 새로운 국가적 기능을 부여받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경주가 스스로를 다시 정의하고, 위기 시대의 생존 해법을 제시할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