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1천억원 퍼붓고도 ‘예산 부족탓’
[기획 - 경주, 소나무재선충 확산세 심각]
1. 매년 재선충 방제에 100억원대 투입해도 확산
2. 소나무재선충 고사 원인 ‘진단은 없고 방제만’
3. 방제 대안 없어 ‘역부족’ ...대체 수종 전환 시급
경주지역 소나무재선충 확산세가 심각하다. 매년 1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방제에 나고서 있지만 역부족이다. 특히 올해는 2025 경주APEC이 열리게 되면서 경주시는 주요 동선 및 건천‧내남‧성건‧황남‧선도‧보덕 등 도심경관지역은 물론 산내‧문무대왕면의 확산저지구역을 대상으로 4월까지 피해고사목 18만여본을 집중 방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36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피해목 제거와 예방주사나무 등 특별 방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경주시는 지난 2004년 12월 양남면 수렴리 일원에서 소나무 재선충병이 최초로 발생한 이후 20 년간 1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피해 고사목 120만여 본을 제거했지만, 소나무재선충병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방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녹색연합은 보고서를 통해 2024년 봄 소나무재선충병 감염의 확산은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내 소나무재선충 1차 확산(2006년~2007년)과 2차 확산(2014년~2015년)에는 정부·지자체·전문가·지역사회가 노력하면 완화하거나 저감할 수 있다는 의지와 가능성이 있었지만, 현재 영남권의 11개 시군은 소나무재선충병 감염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퍼져 있어 더 이상 확산세를 꺾거나 차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재선충, 경주전역으로 확산
20년간 120만여 그루 고사
지난 2004년 처음 양남면에서 피해가 시작된 소나무재선충병은 경주지역 20개 읍·면·동으로 피해 면적이 확대된 상태다. 현재 지역에는 재선충병이 감포읍를 중심으로 문무대왕면, 양남면 등 동경주지역을 넘어서 외동읍을 포함해 보문단지 일대까지 확산됐다. 또 올해 경주시의 소나무재선충 방제지역을 도심 주요 경관지역을 비롯해 문화재·국립공원, 내남·건천, 안강까지 경주시 전역으로 확대했다.
이러한 사실은 경주지역 국도를 지나다 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산림지역 대부분에 재선충이 들어와 있다. 특히 동경주지역 산림에는 재선충병이 50%~70%까지 퍼져 있는 곳이 대부분이며, 80% 이상 번는 곳도 있다. 경주에서만 감염지대가 약 7,000~8,000ha까지 퍼져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감염 피액목 수는 추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녹색연합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산림청이 발표한 국내 소나무재 선충병 피해목 현황을 보면 2014년 218만본으로 정점을 지나 2021년 31만본으로 감소하다가 2022년 38만본, 2023년 107만본으로 다시금 급증세로 돌아섰다. 또한 시가 밝힌 경주지역 재선충병 피해목 현황을 보면 2004~2022년 94만여본, 2023년 12만 2천여본, 2024년 13만 8천여본으로 총 누적 120만 1천여본이라고 집계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 피해에 따른 방제예산도 함께 증가해 2004~2022년까지 715억원, 2023년 144억원, 2024년 157억원 등 지난 20년간 1,018억원을 쏟아부어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에 매달려 있다.
이처럼 해마다 소나무재선충이 정체와 확산을 반복하며 20여년이 지났지만, 경주시가 한 번도 정밀 조사를 시행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보고서는 지적하며 최근 확산하는 소나무재선충병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과 대응 전략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으로 자칫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재선충 감염 통제 불능상태로 접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앞으로 경주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소나무재선충병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보다 정밀하고 깊이 있는 감염지대의 면적과 감염 본 수의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와 관련해 경주시 산림경영과 담당자는 “경주지역 전체에 대한 소나무재선충병의 정밀 조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경주지역 전체에 대 한 소나무재선충 방제를 위해서는 매년 1천억원씩 3년간 예산을 집중 투입해 방제에 나선다면 재선충 방제에 성공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소나무가 다 죽어야 방제도 ‘끝’
여전히 효과없는 방제에 매달려
올해 경주시는 산림청과 경북도 등으로부터 산림재해대책비 200억원을 추가로 확보해 모두 360억원을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에 투입한다. 또 전담조직으로 산림경영과 산림방재 팀(5명)을 꾸리고 직역-예찰방제단 (9명), 대행-설계·감리(8개 업체), 시행(20개 업체) 등 방제인력도 구성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는 소나무재선충병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성충이 되기 이전인 4월까지 피해목을 제거하고 소나무에 예방주사를 놓는 등 소나무재선충병 총력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또, 봄철 고온현상, 여름철 무더위, 겨 울철 가뭄 등으로 소나무 생육환경은 나빠지고 매개충의 활동 시기가 길어짐에 따라, 지역 재선충병 확산 방지를 위해 피해고사목 방제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먼저 APEC 주요 동선 및 건천‧내남‧성건‧황남‧선도‧보덕 등 도심경관지역은 물론 산내‧문무대왕면의 확산저지구역을 대상으로 4월까지 피해고사목 18만여본을 집중 방제한다. 이어 국립공원과 문화재 구역을 포함한 민간 도로변 위험목으로 진행된 고사목 7000여본도 상반기 내 완료할 계획이다.
또한, 시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기간 이후 오는 5월부터는 감포‧월성‧ 보덕지역을 중심으로 지상·드론 방제 및 페르몬트랩 등을 설치해 솔 수염하늘소의 밀도를 줄이는 작업에 주안점을 둘 방침이다.
하지만, 재선충에 피해를 입은 소나무에 대한 30년 넘게 이어온 길고 질긴 싸움에도 여전히 뾰족한 해답은 찾지 못한 상황이다. 미국과 일본, 대만 등 여러 나라에서도 해법을 찾고 있지만 성과는 별로 없다. 특히 소나무재선충병의 전통적 방제법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고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소나무재 선충병의 방제 방식은 크게 2가지로 감염목과 주변 소나무를 잘라낸 뒤 소각하는 물리적 방제와 살충제(약제)를 나무에 주입해 선충을 잡는 화학적 방제다. 화학적 방제는 주사기 주입법과 항공 살포법으로 또 나뉜다.
항공 살포법은 2023년 산림청이 환경영향 최소화를 위해 소나무재 선충병 항공방제 중지 결정을 내렸다. 특히 물리적 방제와 화학적 방제 모두 숲 생태계를 파괴하거나 교란시킬 위험성이 높고 살충제의 맹독성 탓에 또 다른 위험성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선 여전히 재선충에 피해를 입은 고사목은 잘라내고 소각하는 방법으로 처리하고 보호해야 할 소나무는 나무주사를 통해 농약을 주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칫 소나무 살리자고 숲 생태계 전체를 잃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