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구 급감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설치 목적에 맞지 않는 사업에 집행되는 등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주시가 지난 2022년부터 매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집행률 0%라는 지적을 받은 데 이어 주민수요에도 맞지 않는 사업계획으로 지방소멸 가속화에 전혀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시가 올해 정부로부터 배정된 지방소멸대응기금 18억원으로 농업시설인 ‘스마트 골든밸리’ 설치와 ‘중소기업 특례보증 금융지원’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방소멸대응기금이 헛돈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정부가 지난 2022년~31년까지 10년간, 매년 1조원씩 총 10조원을 투입하여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고자 마련한 정부출연금이다. 소멸위기에 처한 지자체가 스스로 인구감소와 지역쇠퇴의 원인을 진단하고, 위기에서 벗어날 정책을 개발하고 집행하는 예산이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는 전국 시군구 지자체 가운데 인구감소지역(89개), 관심지역(18개)으로 분류하고 각 지자체의 투자계획을 평가(2022~3년 5등급, 24년 4등급, 25년 2등급)해 사업 우수성에 따라 기금을 차등 배분하고 있다.   이러한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받는 경주시는 2022년 15억원, 2023년 20억원, 2024년 16억원을 각각 받았고, 올해는 18억원을 배정받았다. 지금껏 시는 기금과 시·도비를 더해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자사업으로 △22년~23년에는 귀농·귀촌 체류시설 웰컴팜하우스(79억원), △24년 新실크로드520센터(28억원), △25년 스마트 골든밸리(22억원), △중소기업 특례보증 금융지원(1.8억)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경주시가 지원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 대부분이 기반시설 투자에만 집중되면서 속 빈 강정에 불과해 인구 유입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준비 기간이 짧은 부실한 사업으로 실효성 논란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2022년부터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추진한 귀농·귀촌 체류시설인 ‘웰컴팜하우스’ 건립은 2년 넘게 사업이 지지부진하다가 최근에서야 겨우 착공에 들어갔고 이것도 지반 약화로 공사가 미뤄지면서 언제 준공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한, 2025년에 추진하는 투자사업 중에는 지방소멸 대응과는 무관해 보이는 중소기업 특례보증 금융지원 사업이 추진되면서 실효성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마저도 관내 중소기업에 매년 6천만원, 3년간 총 1억8천만원을 지원하면서 18억원을 지원한다며 잘못된 내용을 언론을 통해 보도하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인구감소로 지방소멸에 처한 지역민들의 위기감과는 동떨어진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까지 더해지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주시 관계자는 “올해 배정받은 지방소멸대응기금 18억원의 대부분은 스마트 골든밸리에 투입되고, 중소기업 특례보증 금융지원은 올해 6천만원을 포함해 3년간 1억8천만원을 지원한다”며 “이것도 행안부의 지침에 따른 것이고 3년간 1억8천만원을 지원하는데 18억원을 지원한다고 한 내용은 잘못 표기한 내용이 언론보도를 통해 전달된 것은 담당자의 실수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의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이 3년을 넘기면서 지난해부터 정부가 지역별 인구소멸 대응 성과에 따라 기금을 차등 분배하기로 했다. 그 결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역별 투자계획 평가에서 경주시는 하위등급을 받아 기본 배분인 18억원만 지원받게 됐다.   반면 경북에는 경주시와 함께 관심지역으로 분류된 김천시의 경우 2025년 행정안전부의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자계획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우수’를 받아 기본 배분 18억원과 추가 22억원 등 총 40억원을 지원받는다. 또한 인구감소지역으로 분류된 청도군도 최고 등급인 ‘우수’를 받아 역대 최대 규모인 160억원의 기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자체는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을 통해 ‘생활인구의 관계인구화, 관계인구의 정주인구화’라는 목표에 맞는 구체적인 전략적인 계획 수립과 실효성 있는 차별화 된 사업추진을 한 결과라는 평가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해마다 인구가 감소하는 것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지방소멸이 현실화 되고 있는데 나라에서 지방소멸을 막아보겠다고 하면서 조성한 지방소멸대응기금이 눈먼 예산도 아니고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기금인데. 경주시가 추진하는 사업들로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냐고 묻는다면 누구라도 ‘그렇지 않다’라고 말할 것”이라며 지자체의 안일한 지방소멸 대응을 비난하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행안부가 전국 시군에 보낸 지방소멸대응기금 수립 안내서를 보면 명확하다. 사업 추진방향이 생활 인프라 개선에 집중되면서 지자체가 제출하는 사업 가운데 80% 이상이 정주여건 개선에 몰려있는 것과 경주시의 부실한 집행실적과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자사업 발굴, 저출생 위기 극복 신규 시책 부재까지 더해져 개선책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경주시는 지난 25일 부시장을 주재로 관련 부서장과 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올해 첫 인구정책 실무추진 T/F팀 회의를 갖고 제출된 내년도 투자사업들을 검토해 예술창작소 및 동경주 복합문화도서관 건립, 농업테마 과일정원 및 경관화훼단지 조성, 아이꿈터 임대주택 건립 등을 포함한 6개 사업 가운데 선정해 오는 6월 행안부에 투자계획서를 제출한다는 것. 하지만 여전히 차별화된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자사업 발굴은 부족하고, 저출생 위기 극복 관련 신규 시책도 없다는 점에서 내년에도 정부의 기금 배정에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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