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새로운 도약: 로컬리즘을 통한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천년고도 경주가 ‘로컬리즘’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2023년 발간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로컬리즘 기반의 지역발전 전략 연구”(안소현 외)에 따르면, 로컬리즘은 장소성을 기반으로 지역 주체 간 참여와 협치를 통해 자립적이고 자생적인 순환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경주의 황리단길, 황촌마을, 1925 감포는 이러한 로컬리즘의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황리단길은 쇠퇴한 구도심이 지역 청년과 소상공인들의 창의적 노력으로 새로운 활력을 되찾은 대표적 사례다. 이는 국토연구원 보고서에서 언급한 양양군 서피비치, 공주시 제민천 사례와 유사하게, 지역의 고유한 자원을 바탕으로 로컬 주체들이 협력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결과다.그러나 경주에서 로컬리즘이 지속적으로 성공하려면 국토연구원이 제시한 몇 가지 정책 과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첫째, 로컬비즈니스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소상공인 중에서도 지역가치 창업가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한 새로운 분류체계 도입과 교육 지원, 중간비즈니스조직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경주의 맥락에서 이는 ‘신라 문화 리메이크 프로그램’과 같은 지원 사업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청년 창업가들이 경주의 역사문화 자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도록 지원한다. 예를 들어, 신라 시대의 공예 기술을 현대적 디자인과 결합한 제품 개발, 첨단 기술을 활용한 고분 탐험 체험 프로그램 등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멘토링, 자금 지원,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둘째, 지역재투자 모델 구축이 중요하다. 보고서에서 제안한 ‘지역순환경제기여도’ 같은 지표를 개발해 관광 수익의 일부가 지역 발전에 재투자되는 로컬금융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주의 특성을 고려한 ‘문화유산 지속가능성 지수’를 개발하여 활용할 수 있다. 이 지수는 문화재 보존 상태, 방문객 수, 지역 주민의 문화유산 인식도, 문화유산 관련 일자리 창출 정도, 문화유산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 건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이를 통해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고, 관광 수익의 일부를 문화유산 보존과 관련 산업 육성에 효과적으로 재투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셋째, 민관협력 지역상생협약사업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보고서는 사회공헌형뿐 아니라 로컬소비기여형 등 다양한 유형의 협력 모델 발굴을 제안하고 있다. 경주의 맥락에서도 다양한 유형의 협력 모델을 발굴할 수 있다. 사회공헌형으로는 ‘신라 문화유산 지킴이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이는 지역 기업들이 문화재 보존 및 복원 사업에 참여하고 재정을 지원하는 모델이며 (사)신라문화원에서 유사한 활동을 수행 중이기도 하다. 로컬소비기여형으로는 ‘경주 장인 협업 프로그램’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현대적 기업들이 전통 공예 장인들과 협력하여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는 모델이다. 또한, ‘스마트 헤리티지 파트너십’이라는 혁신형 모델도 가능하다. 이는 IT 기업들과 협력하여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문화유산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관광 수요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경주 로컬푸드 네트워크’와 같은 지역순환형 모델도 고려할 수 있다. 이는 지역 농가, 식당, 호텔 등이 협력하여 로컬푸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광객들에게 경주의 특색 있는 음식 문화를 경험하게 하는 동시에 지역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이다.넷째, 정부 차원의 지원체계 개선도 시급하다. 보고서에서는 중앙정부의 ‘로컬리즘지원단’ 또는 ‘로컬리즘특별위원회’, 지방정부의 ‘로컬리즘지원센터’ 설립을 제안하고 있다. 경주시도 이에 맞춰 지역 대학 및 기관과 연계한 ‘신라 르네상스 센터’ 설립을 검토해야 한다. 이 센터는 ‘로컬리즘지원센터’의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경주의 찬란한 신라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지역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신라 르네상스’라는 표현은 경주의 역사적 유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적, 경제적 부흥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나타낸다.로컬리즘은 경주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역사문화 자산을 단순한 관광 자원이 아닌 지역 발전의 원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며, 젊은 세대의 창의성과 혁신을 통해 전통과 현대가 조화로운 새로운 경주를 만들 수 있다.다만, 이 과정에서 주의할 점도 있다. 과도한 상업화로 인한 지역 정체성 훼손이나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원주민 내몰림 현상, 문화유산의 과도한 상품화, 지역간 불균형 발전, 외부 자본의 과도한 유입, 지역 공동체의 와해 등은 경계해야 한다. 로컬리즘의 본질인 ‘지역다움’과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로컬리즘은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다. 지속적인 노력과 실험, 때로는 실패를 통한 학습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경주의 자립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천년의 역사를 가진 경주가 로컬리즘을 통해 또 다른 천년을 향해 도약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경주의 새로운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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