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돈의 발견삼성가의 장녀 이부진 씨가 평범한 셀러리맨과 결혼한다고 했을 때 나는 휴머니티(Humanity)를 발견하고 환호성을 지른 적이 있었다. 인간성(人間性)은 모든 것을 초월한다는 신념을 증거하는 사례로 받아들이고 인간승리(人間勝利)를 외쳤던 것이다. 그것은 사랑의 위대성이었고 휴머니즘(Huminism)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혼소송 중이다. 남편 임우재 씨가 1조 5천억원 재산분할을 요구했지만 1심에서 86억원으로 깍였고 아들은 한 달에 한번만 만나는 조건이었다. 환호성은 사라졌다. 나의 생각은 어리석었다. ‘돈이 말을 하면 귀신도 입을 다문다’는 돈이 얼마나 위력 있고 무서운 것인지 실감했다. 삼성 이부진은 결혼할 당시만 해도 말 그대로 여성이었다. 그런데 살아보니 역시 아니었다. 돈으로 군림하고 차별화하면서 세상을 지배하는 쾌감보다는 남편이라는 존재는 별로 자존감이나 행복에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남편이라는 이유로, 남자라는 이유로 자신을 지배하려는 임우재가 점점 가소로워졌던 것이다. 삼성에서는 그저 씨받이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았는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위가 삼성 가족의 일원으로 끼고자했던 임우재 씨의 순진한 착각이었다. 세상에는 돈으로 사람을 마음대로 부리는 게 최고의 쾌락이자 행복이라는 사실을 임우재 씨는 몰랐던 것이다. 돈 앞에 비굴하게 굽신거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마음대로 부리는 게 부부관계보다 훨씬 행복하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사람들이 노는 물을 구분하며 차별화에 열중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차별화를 통하여 우월성을 확인할 때 행복과 긍지를 느낀다. 우리네 인간관계에서 흔히 존재하는 일이다. 좀 가소로울 때도 있지만 말이다. 사실이라면 이부진 씨가 프로프폴을 투약한 이우도 알 것 같다. 남자에게 쾌락을 느끼는 게 자존심 상해서 차라리 무생물인 약에 의존한 것이다.조현아도 똑 같다. 유명한 의사 집안의 초등동기 성형외과 의사와 결혼했지만 조현아 입장에서는 그저 밥이나 먹고사는 집안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돈으로 사람을 마음대로 부리는 재미에 비해 부부간, 가족간의 소소한 행복은 그냥 애들 장난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쯤 되면 인간의 행복은 사람을 부리는 재미가 최고 아닐까 싶다. 사람을 부리는 재미야 권력도 둘째가라면 서럽지만 권력은 기간이 정해져 있다. 돈은 자손대대로 승계된다. 거기다가 돈으로 권력을 부릴 수 있으니 서열로 따지면 돈이 한참 높다고 할 수 있다. 조현아 입장에서는 잠자리에서 자기를 만족시키려고 끙끙거리는 남편이 그저 우스웠을 것이다. 조현아를 여성으로 착각하고 굴복시켜 보려고 각고의 노력을 다하는 남편이 처량하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명령하고 호령하면서 느끼는 행복이나 쾌감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밥빌어 먹고 살려고 자기한테 굽신거리는 모습을 보는 게 더 행복한데도 말이다. 황신혜가 두 번 이혼하고 결혼을 안 하는 이유가 이해된다. 남자, 특히 부잣집 남자에게 환멸을 느꼈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쾌락의 대상이나 씨받이로 사는 것보다 혼자 사는 게 훨씬 행복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요즘은 연예인들도 대개 자기들끼리 결혼한다. 삶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최근 어느 연속극에서 재벌의 왕사모가 고용변호사를 두고 ‘집안을 지키는 개’라며 사람으로 보지 말라고 가족에게 말하는 장면을 보았다. 이 왕사모 입장에서는 회사의 사원들은 그저 ‘일개미’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재벌들은 사원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다. 밥 빌어먹기 위해서 노동을 하는 개미 정도로 본다. 삼성의 고위 임원들이 이재용 부회장이 어렸을 때 뭐라고 호칭했을까? ‘도련님’으로 불렀다. 어릴 적부터 가족 외에는 모두 하인이라는 교육을 받아왔다. 최근 MBC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 PD에게 조선일보가의 방용훈 씨가 “우리가 살면서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른다. 이건 뭐 협박도 아니지만....” “애들은 있느냐?”고 물은 것은 완전한 협박이다. <삼성을 해부한다>라는 책을 쓴 김용철 변호사에게 한 선배가 전화를 걸어 “황량한 거리에서 쓸쓸하게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은 충고일까 협박일까?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세상이니까 가능한 말이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가난이 앞문으로 오면 사랑은 뒷문으로 도망간다’고 했던가. 돈 앞에서는 사랑도 맥을 못 춘다. 아니길 바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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