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나의 진정한 친구는 몇 명일까?살면서 친구가 소중하다고 한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친구가 있어야 건강 장수할 수 있다고도 한다. 그런데 세상살이를 하다보면 친구도 변하고 바뀐다.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을 당하여 쓰라린 상처를 입기도 한다. 별다른 이유도 없이 소원해 지기도 하고 다른 친구를 사귀기도 한다. 좋은 친구는 삶의 즐거움을 배가하기도 한다. 우정은 인생의 귀중한 자산이자 기쁨이다. 그런데 나의 진정한 친구는 몇 명이나 될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의외로 몇 명이 되지 않는다.영국의 문회인류학자이자 디지털 전문가인 옥스퍼드대 로빈 던바(Robin Dunbar) 교수는 <우리에게는 얼마나 많은 친구가 필요한가?>라는 책에서 진정한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친구는 150명이 한계라고 한다. 원시적 공동체와 고대 로마에서 현대의 군대조직, 사회관계, 페이스북 등 광범위한 조사에서 밝혀진 자료를 토대로 연구한 결과다. 조직이나 집단을 관리할 때 150명이 최적의 인원이며 그 이상의 경우는 둘로 나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던바 교수에 의하면 호주, 뉴기니, 그린란드 등 전 세계에 거주하는 수십 개의 원시부족 집단의 인구는 150명 내외라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자연스럽게 형성된 인간집단의 적정한 크기라고 한다. 영국 시민들을 대상으로 크리스마스 카드를 몇 명에게 보내는지 조사했는데 역시 150명 정도였다고 한다. 로마시대 보병 군대의 기본 전투단위는 130명이었고, 현재의 보병 중대단위도 130-150명이다. 200명이 넘으면 통제가 잘 안되어 비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던바 교수는 조직에서 집단을 관리할 때 150 정도가 최적의 단위라고 추정했다. 개인에게도 똑 같다는 주장이다. 이 150명을 ‘던바의 수(Dunbar′number)’라고 부른다. 던바의 ‘마법의 수’라고도 부른다. 교감하고 공감하는 친구의 숫자는 150명이 한계라는 것이다. 던바 교수는 디지털 전문가답게 소셜네트워크(SNS)에서 친구가 1,000명이 넘더라도 정기적으로 연락하는 사람은 150명 정도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 중에서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20명 전후, 즉 15-30명이라고 한다. 던바 교수는 이 수를 초대하지 않았지만 파티 자리에서 우연히 만나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사회학자들은 12-15명을 공감집단이라하여 그 중 한사람이 사망하거나 변고가 생길 경우 거의 정신을 잃을 정도로 슬퍼하는 관계라고 한다. 예수의 제자들, 배심원단, 축구 등 주요 경기의 선수 단위도 이 범주에 속한다. 던바 교수는 또 매우 곤란한 지경에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진짜 친한 관계는 3-5명뿐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구가 많다고 자랑해도 실상 자신이 곤경에 처했을 때 도와줄 수 있는 친구는 3-5명뿐이라는 것이다. 옛날 바른생활 책에 나왔던 이야기, 친구는 부모의 상여를 메어줄 4명이면 충분하다라는 이야기와 비슷하다. 최근 SNS는 페이스북이 대세다. 주위에서 보면 페북 친구가 5천명에 이르는 사람이 더러 있다. 일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5천명이나 되는 페북 친구가 필요한가 혹은 가능한가 싶다. 정보를 얻거나 자신의 생각을 전파하려는 수단이기도 하고 또 심심할 때 페북을 보는 재미도 솔솔하니 많다고 꼭 나쁠 것도 아니지만 어느 정도 공감하는지는 의문이 든다. 페이스북을 만든 미국의 마크 주커버그는 자신의 신념이 담긴 정책으로 한 개인의 독점적인 영향력을 방지하기 위해서 페북 친구를 5천명으로 제한했다. 앞으로도 이 정책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한다. 특별히 영향력이 있는 사람, 혹은 되지도 않은 말을 무제한의 사람에게 전파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더 많은 수입을 포기하면서까지 SNS의 폐단을 방지하고자 하는 페북 창시자의 통찰과 자제력이 놀랍다. (카톡은 1만명이다.) 가령 페북에서 내용은 자세히 보지도 않고 ‘좋아요’를 누르는 친구가 서로 공감하는 친구는 아닐 것이다. ‘좋아요’도 일종의 품앗이가 되고 있다.<김영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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